차기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을 위한 후보자 등록이 지난달 25일 마감됐다. 당 대표 후보는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한동훈 4자 구도로 대진표가 확정됐다. 오는 7월 23일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된 만큼 20일 이상 남은 시간 동안 안갯속 행보를 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집권 여당의 당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유대관계는 뺄래야 뺄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까지 거론하며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후보들의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선을 긋고 독자노선을 걷느냐, 함께 갈 것이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중립을 지키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먼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칼을 빼어 들었다. ‘당정관계 수평적 재정립’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야 한다”며 채상병 특검법에 반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의 반대기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오히려 다른 당권 주자들은 윤 대통령과의 신뢰 및 유기적 당정관계를 강조하고 나섰다. 저마다 ‘찐윤’을 자처하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 한 전 위원장과 대척점에 서게 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향후 정권 창출과 남은 3년 정국의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로는 부정선거에 대한 입장이다.
사실 지난 21대에서도 거론됐던 부정선거 이슈다. 하지만 당시 당대표인 이준석 대표가 이를 일축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경험이 있다. 이번 22대 선거에도 국민의힘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유야무야 되는 듯 했다. 이에 대해 윤상현 의원이 제일 먼저 국회 차원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며 진상규명의 선봉에 나섰다. 사전투표에 대해서도 사전투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경원 의원도 사전투표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이에 동조했고 원희룡 후보도 사전투표를 포함해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에 반해 한동훈 전 위원장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 번째로는 국민의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을 비롯한 지방의 여론이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당원들의 분위기는 선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가 당원 투표 100%에서 당원 80%, 여론조사 20%로 바뀌면서 당원들의 입김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국민의힘 당원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영남권의 분위기는 막판 선거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 ‘어대한’ 분위기의 한동훈 후보는 영남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후보와의 만남을 수락하며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 반면 한 후보에 대해서는 응하지 않으면서 싸늘한 지역의 민심을 전달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또한 다르지 않은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충남권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바닥 민심을 바탕으로 나머지 세 후보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총선 후 충청, 호남, 경상 등을 누비며 세미나를 개최, 지역 주민들의 호된 회초리를 자처했던 윤상현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윤 의원은 출마도 자신의 정치적 고향과도 같은 용현시장에서 선언하며 낮은 자세의 전략이 지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아직도 선거는 20일 이상 남은 만큼 당원들과 국민들은 진정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잘하면 거들어 주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여론의 뭇매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뼈아픈 각성을 할 수 있는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 야당에는 침묵하고 여당에는 내부총질하는 당대표는 한 번 경험했으면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도성희 大記者 <저작권자 ⓒ 동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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