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칼럼]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도성희(대기자, 본지회장)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06회째를 맞이한 이른바 여름 고시엔에서 재일교포들이 설립한 교토국제고가 우승을 차지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도열한 선수들은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를 열창했다.
이는 NHK를 통해 생중계되며 한국어 가사로 된 교가가 일본 전역에 울려퍼졌다. 한글 자막도 TV 화면에 함께 새겨진 채 송출됐다. 역사적이고 벅찬 감격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매회 경기마다 승리한 학교의 교가를 부르는 고시엔 관례에 따른 것이다.
교토국제고는 민족 교육을 위해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모아 '민족학교'로 시작해 1947년 교토조선중학으로 개교했다. 1958년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으며, 2003년 일본 정부의 공식 인가를 거쳐 교토국제고로 교명이 변경됐다.
일본은 47개 도도부현 지역대회에서 각각 우승한 팀만 고시엔 무대에 오른다. 하지만 200개 넘는 야구부를 둔 도쿄와 홋카이도는 예외적으로 2팀이 출전권을 얻는다. 이렇게 모두 49개교가 승부를 펼친다. 그야말로 본선 무대에 오르는 것만도 결코 수월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만큼 일본인들의 관심과 응원 열기도 매우 폭발적이다. 일본에서 펼쳐지는 아마추어 운동 경기 가운데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학교 간의 경쟁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간 자존심 싸움도 치열한 양상을 나타낸다. 열도의 여름을 더욱 펄펄 끓게 달구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그만 한국계 고교가 일본 천하를 평정하게 됐다. 우승을 축하하는 현지 반응도 있으나, '혐한'을 조장하는 글도 SNS에 넘친다. "교토국제고를 고교야구연맹에서 제명할 것을 요구"하는 주장까지 나돈다. 그 정도가 워낙 심한 탓에 니시와키 다카토시 교토부 지사까지 나서 "차별적 투고는 있어선 안 된다"며 "삼가라"고 할 정도다.
이것이 일본사회 내의 적잖은 '혐한' 정서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겉으로는 신사적인 척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야 만다. 그것이 역사적 배경, 지정학적 여건과 함께 뿌리 깊게 잠재돼 있는 일본사회의 의식구조다. 우리가 더 강해지고 경계하지 않으면 또 다른 비극이 재연될 수 있음을 뼈에 새겨야 할 일이다.
도 성 희(大記者) <저작권자 ⓒ 동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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