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일보

[대기자칼럼] 국가기관 사유화... '하나회' 이후 또 다른 그늘 '우리법 연구회'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도성희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5/22 [11:48]

[대기자칼럼] 국가기관 사유화... '하나회' 이후 또 다른 그늘 '우리법 연구회'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도성희 대기자 | 입력 : 2023/05/22 [11:48]

▲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

하나회, 전두환-노태우 등 육군사관학교 11기가 중심이 된 군부 내의 사조직을 일컫는다. 단순한 친목회로 출발했으나, 이들 멤버 위주로 진급이 우선되는 등 폐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 집단으로 군림하며 군 주요 요직 또한 하나회 회원끼리 세습하며 독식했다. 심지어 정계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뻗쳐나갔다.

 

그러다 10.26 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정국 혼란을 틈타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후 광주 5.18 만행을 자행하며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군대 내 온갖 비리와 차별을 비롯해, 사회 내의 여러 병폐까지 뿌리내리게 한 최악의 사익 단체였다.

 

가입 절차 가운데는 전체 회원이 일렬로 앉아 있는 곳에 신입 회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가서 꿇어앉는다. 그런 후 오른손을 펴든 상태에서 4개항의 선서를 한다. 그 가운데는 "의리와 맹세를 저버리면 인간적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을 각오한다"가 있다. 마치 조폭 집단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주요 세력으로 존속했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 전현직 대통령 세력 간의 내분으로 인해 세력이 약화됐다. 그러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하나회 멤버들이 전격 숙청됐다. 그에 동력을 잃은 채 사실상 해체됐다. 군부 쿠데타의 씨를 원천 제거한 셈이며, 정치 군인이 득세하던 시대에 종언을 고한 셈이다.

 

그런 한편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법조계 내부의 사조직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 중심에 문재인 대통령 시절 임명한 김명수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원성이 그것이다. 입법권·행정권과 함께 국가의 3대 권력 기관인 사법권을 관장하는 수장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이른바 우리법연구회가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에서 법관 등용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주류를 이룬다는 설이 법조계에 파다했다. 본래는 사법연수원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정도였으나, 이후 특정 성향을 지닌 판사들의 정치 사조직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서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던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느닷없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되고 또 임명되었다.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에서도 우리법연구회 출신 위주로 진급이 이루어졌다는 불만이 높다.

 

법원은 구체적인 법률상의 분쟁에 대해 합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선언함으로써 법질서를 유지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재판을 통해 법률상의 분쟁에 대한 최종 판단을 행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양상을 띠고 있는 듯 싶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단적으로 최근 대법원이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에 대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관련 재판 과정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 구청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공익 신고한 의인이다. 그런데 정작 김태우 구청장이 세상에 알렸던 문재인 정권 ‘권력형 비리’ 혐의자들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2심에 머물러 있다.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지만 법정 구속도 되지 않았다.

 

김태우 구청장에게 형을 확정한 박정화 대법관도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김명수 체제의 사법부가 비위 혐의자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2심 재판을 진행 중인데 반해, 이를 공익 신고한 사람은 정작 유죄가 확정돼 구청장직을 잃게 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당시 발생한 ‘울산선거공작 의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2020년 1월에 검찰이 기소했지만 3년 4개월째 1심에 머물러 있다. 이를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앞선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대법관들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을 진행한다는 비난의 소지가 큰 이유다.

 

사법부 사조직 논란에 휩싸여 있는 우리법 연구회, 지난 시절 군부의 하나회 일탈을 연상케 한다. 통상 일반 기업에서도 끼리끼리 모임을 금기시하고 있다. 하물며 국가기관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듯싶다.

 

더욱이 죄의 유무와 경중을 가려 판결해야 하는 사법부 판사라면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판결봉을 움켜쥔 판사들이 조폭문화를 닮아 있다면, 이는 공동체 모두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재앙으로 귀결될 수 있다. 특별히 국회 입법권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법에 어긋나는 자의적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군부 사조직 하나회를 해체했던 것과 같이, 우리법연구회 또한 마땅히 해체되어야 할 병폐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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