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에게 권력을 위탁받은 기관에 불과하며, 최고의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 정부가 이 위탁에 위배될 때 시민은 저항권을 갖는다.
이는 영국 철학자 로크의 통치론을 구성하는 핵심 뼈대다. 근대 민주주의의 사상적 원형을 이루는 것으로, 명예혁명의 이론적 기초가 됐다.
왕은 신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존재라는 기존의 왕권신수설을 완전히 뒤엎는 것으로, 왕정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훗날 미국 독립선언과 프랑스 혁명 인권선언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공히 시민 개개인의 자연권과, 왕권 혁파의 당위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고 신은 그들에게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천부인권을 설파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시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며, 어떠한 정부이건 그 목적을 파괴할 때에는 심판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현재도 왕정체제가 일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확립된 국가에서는 명목상 지위에 그칠 뿐, 시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권한을 행사한다.
오늘날 유권자에 의해 권한이 부여된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에 대한 최후 진술의 성격을 지닌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고독한 위치일 수 있다.
따라서 매사 신중해야 하는 것이며, 정교하고 섬세한 행간을 통해 대중에게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거부감없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보다는, 국민 다수와 호흡할 수 있는 보편성이 전제돼야 한다. 국민적 다수 견해는, 곧 상식으로 자리매김된 까닭이다.
정부의 국정 기본방향이 여론 흐름과 크게 유리되어 있으면 힘을 잃게 된다. 특히 그들 모두를 적으로 간주하는 듯한 언사는 고립을 자초한다.
권력의 통치행위가 여론을 억압하는 형태로 나타나거나, 또는 각료 일각의 언행이 여론과 현격히 동떨어져 있다면 국민은 냉담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의 수도권 위기론 때문에 고민이 깊을 듯싶다. 지역구 의석 가운데 거의 절반 가량인 121석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영남-호남, 이들 지역의 일방적 투표 성향과는 큰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총선 향배를 가를 핵심 승부처라는 점에서 사활이 걸린 곳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윤 정부 집권 중-후반기의 국정운영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집권세력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총선 승리 통한 국회 주도권 확보가 절실하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명암도 그에 따라 갈릴 수 있다.
무엇보다 온건 보수층, 무당층, 온건 진보층을 아우를 수 있는 대국민 메시지와 행보가 긴요하다. 이들 유권층을 끌어안지 못하고서는 패착이다.
일각에서 중진 역할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수도권 민심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오산이다. 국정 방향과 메시지가 달라져야 한다.
현재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그대로 연동되는 양상이다. 따라서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고서는 무망한 기대일 수 있다.
바로 이점이 내년 총선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층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정치적 행보없이는 수도권 위기론 타개가 어렵게 점쳐진다.
그와 함께 일부 각료의 입조심도 특별하게 요구된다. 국민 일반의 대체적 여론과는 완전히 유리된 채 산으로 가는 리스크를 제어해야 한다.
그런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같은 정치 뉴페이스를 배치하는 방안이다. 또한 수도권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 영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실행될지라도 내분이 있어서는 약효가 줄게 된다. 윤 대통령,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총선 승리가 절박한 시점이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담장 밖을 넘어서는 안된다. 모두 자신을 내려놓고 보다 크게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 성 희(大記者) <저작권자 ⓒ 동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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