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일보

[대기자칼럼] 굶어 죽는 국민 발생하는데, 정치권은 정쟁 뿐인가?

도 성 희(本紙會長·大記者)

도성희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9/26 [12:27]

[대기자칼럼] 굶어 죽는 국민 발생하는데, 정치권은 정쟁 뿐인가?

도 성 희(本紙會長·大記者)
도성희 대기자 | 입력 : 2023/09/26 [12:27]

▲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

초가을 햇살이 적절하게 지상으로 내려앉는다. 조물주의 내밀한 섭리에 따라 하늘이 축복을 베푸는 것만 같다. 들녘에는 볍씨가 알알이 영글어갈테고, 과일들도 한껏 색깔을 더할 것이다. 

 

약속이 있어서 서울 중구 오장동을 찾았다. 일을 마친 후 건어물을 사기 위해 근동에 있는 재래시장을 둘러보았다. 추석을 목전에 둔 휴일 오후 시간인데도 생각했던 것보다 붐비지 않았다.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 후 돌아서려는데 “영수증 받아가세요”라며 주인장이 불러세운다. 필요없다며 재차 나서려니 “영수증 지참하고 가시면 온누리 상품권 줍니다”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주인장이 알려준 방향으로 향하니, 시장통 중앙에 길다란 줄이 이어져 있다. 여기저기서 물품을 구매한 이들이 상품권을 받기 위해 한 곳으로 몰린 때문이다. 비로소 시장에 온 느낌이 들었다.

 

10여 명의 직원이 영수증을 확인하거나 또는 안내를 하고 있어서 일처리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다. 인적사항을 적은 후 상품권을 내줬다. 서민들에게는 작은 기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귀가 후 관련 내용을 살펴보니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공동 행사다. 전국의 전통시장 145곳이 참여하는 가운데, 구매금액에 따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내용으로 9월 27일까지다.

 

농축산물 경우 구매금액 34000원 이상~67000원 미만일 때 상품권 1만 원, 67000원 이상은 상품권 2만 원이다. 수산물은 구매금액 25000원 이상~50000원 미만일 때 상품권 1만 원, 5만 원 이상이면 상품권 2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경제적 약자층이 겪는 삶의 동통이 결코 가볍지 않은 듯싶다. 1~2만 원짜리 상품권을 받기 위해 짐을 들고서도 줄서기를 마다 않는 모습이다. 추석 상차림에 다소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깊기만 했다.

 

그런가하면 생활고로 인해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참담한 소식도 잊을만하면 들려온다. 심지어 굶주림 때문에 엄마는 사망하고, 4살 아들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구조돼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가슴 아픈 일까지 발생했다.

 

정부의 복지관련 예산은 늘고 있는데도, 수혜 방법을 몰랐거나 또는 수치심 때문에 거주지 지자체를 방문해 신청하지 않았을 개연성도 있다. 복지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행정적인 헛점이 숭숭 뚫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연일 정쟁 일삼기에 여념 없다. 특히 공룡 야당인 민주당 작태를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서민들 민생고 돌보는 입법 발의에 나서기는 커녕 이재명 대표 구하기에 급급한 듯싶어서다.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또한 분주하게 나서야 한다. 행정 절차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세심히 점검하고 시급히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약자의 입장을 헤아리는 세심하고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된다.

 

신의 은총 가운데 들녘은 풍요를 더해가지만, 그 하늘 아래 가난한 이들의 호곡은 무겁고 어둡다. 정부의 복지 관련 재정 지출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적확하게 스며들 수 있도록 면밀히 보완돼야 할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 성 희(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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