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일보

[대기자칼럼]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를 둘러싼 전략적 제언

도 성 희(본지회장, 대기자)

도성희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6/08 [12:44]

[대기자칼럼]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를 둘러싼 전략적 제언

도 성 희(본지회장, 대기자)
도성희 대기자 | 입력 : 2023/06/08 [12:44]

▲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

▲민심은 천심… 소나기는 우선 피해야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방류가 가시화를 앞둔 시점이다. 이를 둘러싼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 때문에 윤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정부 여당의 입장이 설혹 옳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러나 여론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소나기 퍼붓는데 무작정 돌파하면 흠뻑 젖게 된다. 따라서 지나가는 소나기는 우선 피한 후에 길을 나서야 한다. 여론을 이길 수도 없거니와, 이길려고 하면 반드시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

 

▲내년 총선과 이후 있을 대선에도 악영향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후쿠시마 처리수 해양 방류에 들러리를 서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되면 내년 총선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동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총선 후 치러지게 될 대선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급히 방향 선회를 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진보-보수의 영역이 아닌,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웅변하고 있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결정할 경우 64.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26.2%는 '큰 변화 없다', '수산물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고작 4.8%에 불과했다. 4.7%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는데, 이 또한 사실상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로 추정할 수 있다.

 

▲여론조사 지표에 나타난 국민적 우려

 

여론조사 지표로 볼 때 보수층에서도 불안해 하고 있음이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권 지지 비율이 높은 60대마저, 무려 56.5%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경북조차 63.1%가 '줄이겠다'는 응답이다.

 

부산·울산·경남은 56.2%로 나타났다. 정치 성향별로도 진보, 중도 모두 '줄이겠다'는 응답이 60%를 상회한다. 다만 보수층에서만 '줄이겠다'는 비율이 46.0%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마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런 형국으로 총선을 치르게 되면, 자칫 보수마저 등을 돌릴 수 있겠다는 우려다.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패퇴할 위험성이 매우 높게 관측된다.

 

▲소금 사재기 현상, 국민적 우려 방증하는 것

 

최근 벌어지고 있는 소금 사재기 현상도 같은 맥락에 있을 듯싶다. 신안군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1만4000여원에 거래됐던 천일염이 5월 중순에는 1만8000원까지 뛰었고 6월 들어 2만원 선까지 오른 상태라고 한다.

 

정부가 발표한 천일염 산지 가격(20kg 기준)도 4월 첫 주 1만4119원에서 6월 첫 주 1만7807원으로 껑충 뛰었다.

 

▲중국과 태평양 연안국의 부정적 기류

 

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 제76차 회의에서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일본은 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아울러 “일본은 오염수가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다에 배출하려는 속셈이 무엇이냐”며 “자국의 단기적인 사리사욕을 위해 인류의 공동 이익을 해치는 행위는 반드시 엄격한 규탄과 단호한 배격을 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국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이웃 국가를 포함한 이해 당사자 및 국제기구와 충분히 협상한 뒤 가장 안전하고 온당한 방식으로 오염수를 처리하고 엄격한 국제감독을 받을 것을 촉구”했다.

 

태평양 연안국인 피지 또한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일본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말한다면, 왜 일본 안에 두지 않느냐”며 “만약 바다로 방류하면 어느 시점에서 (오염수가) 남쪽으로 흘러오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일본 하마다 방위상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하고,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에게도 평가를 받으면서 안전성을 확인한 뒤, 이해를 받는 가운데 방류를 해 나갈 것”이라는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근처에 있던 피치 내무부 장관이 하마다 방위상 코앞에서 일본을 직격한 셈이다.

 

피지는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이 만든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회원국이다. 이들 태평양 섬나라들은 핵물리학·해양학·생물학 등 각 분야 국제 전문가로 독립적인 자문단을 구성해 1년 동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검증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안전성이 불확실하다"며 ‘방류 연기’를 촉구한 상태에 있다.

 

여기서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호주, 캐나다 등을 비롯해 미국조차 후쿠시마 8개현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들 "자고나니 후진국"... 굴종외교 인식 팽배

 

근래들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자고나니 후진국"이라는 자조섞인 비아냥이다. 강제동원 해법이 굴종외교 논란을 빚은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까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우리 정부는 명확한 목소리는 없다. 방류를 막기 위한 대응은 전무한 채 오히려 앞장서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는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지 말라고 일본측에 당당하게 말해달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방류를 전제한 대책만 나열할 뿐, 방류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이나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비난이 팽배해 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던 20대 남성층 사이에서도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국민적 믿음 주고 있나

 

물론 야당의 낡은 선동 방식과 과도한 공포 조장도 지적될 수 있지만, 정부 또한 국민의 불안감에 대해 속시원한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국민 불안 해소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점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 집단에서도 의견 엇갈려

 

원전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일차적으로 과학의 영역일 것이다. 그런데 학자나 전문가들 견해도 제각각 엇갈리는 가운데 있다. 정화 처리를 해도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와 세슘 등으로 인해 혈액암을 비롯한 중대한 질병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 비상 탈출구로 작동될 수 있어

 

그동안 민주당을 수세로 몰아 넣었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코인' 논란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계획에 따른 국내 여론이 전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여권이 주장하는 비과학적 괴담 유포, 혹세무민, 이명박 정부 시절의 '광우병 괴담' 등의 화법을 구사해도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발언을 하는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만 덧씌워질 뿐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국민의 심리적 저항 없도록 접근해야

 

우리 국민들 가운데 대다수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굴욕적으로 비춰지게 되면 소기의 성과를 얻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비공식 라인을 통해 일본 측에 우리 여론 추이와 내년 총선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공식적인 절차나 외교 통로는 절대 곤란하다. 비공식 통로를 통해 간접화법으로 일본 측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칫 일본이 국내정치 활용 목적으로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히 비공식 민간 통로를 통해 윤 대통령과 여권이 처한 여론 악화에 따른 불가피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 대통령, 우리 국민 불안감 들며 반대 입장 밝혀야

 

윤 대통령이 먼저 나서야 한다. 과학적 검증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다수가 불안해 하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주변국과 태평양 연안국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있음을 짚는 가운데, 국제사회 공통의 대체적 인식에 우리도 이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점을 설파해야 한다.

 

일본이 자국 강과 하천에 방류할 수 없고 또 농업 및 공업용수로 활용할 수 없는 처리수라면 해양 방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해야 한다.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뒷심 받쳐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곧장 뒷심을 받쳐야 한다. 윤재옥 원내대표 또한 당내 의원들의 뜻을 모아야 한다. 이를 통해 야권의 파상공세를 봉쇄할 수 있어야 한다.

 

그와 함께 민주당의 부도덕성에 대해 십자포화를 쏟아부어야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사회ㆍ경제적 약자층을 견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안이 뒷따른다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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