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일보

[대기자칼럼] 얍삽한 홍준표, 윤 대통령에게 기름 끼얹나?

도 성 희 (대기자, 본지회장)

도성희 대기자 | 기사입력 2024/11/03 [16:25]

[대기자칼럼] 얍삽한 홍준표, 윤 대통령에게 기름 끼얹나?

도 성 희 (대기자, 본지회장)
도성희 대기자 | 입력 : 2024/11/03 [16:25]

▲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

이른바 '명태균 파문'이 정치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또한 초미의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된 채 세간에서 설왕설래 회자되는 양상이다. 논란의 발단은 김건희 여사와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SNS 문자와 녹취가 공개되며 촉발됐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명 씨와의 통화 녹취까지 터져나오며 일파만파 파열음을 더하는 와중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을 입증할 육성이 최초로 확인됐다”며 “이는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공천거래가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자 헌정질서를 흔드는 위중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맹공했다. 또한 “강력한 심판” 등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권은 "윤 대통령 취임 전인 당선인 신분일 때 있었던 발언이기에 법률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대통령인 경우에도 당원으로서 단순 의견 개진은 문제될 게 없다"며 반박했다. 더욱이 '소리규명연구소'가 밝힌 감정 결과에는 "공개된 녹취 내용이 크게 세 구간에서 편집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토대로 유추해 볼 때, 윤 대통령 부부와 얽힌 관련 내용만으는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워 보인다. 통상 정치인은 다른 사람이 부탁을 할 때 거절하기 보다는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얘기한다. 그게 만일 법적인 문제가 되려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뭔가를 약속하거나 또는 청탁에 따른 금품 등이 오가야 하는데, 그러한 점은 전무하다. 

 

단지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잘 챙겨주겠다', '잘 알아보겠다'는 식의 덕담 정도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을 이용해 정부 조직이나 여당 지도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언사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명 씨를 다독이는 듯한 뉘앙스가 다분하게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 자신을 도와줬던 명 씨에 대한 의례적인 인사치레 정도다.

 

그럼에도 명태균 씨가 실질적 대표인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원시 소재 미래한국연구소 당시 부소장이었던 강혜경 씨 주장에 의하면, 명 씨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해주고 비용 대신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됐다는 주장이다. 이게 사실일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된다. 여하튼 김 전 의원은 세비 절반 가량을 명 씨 생활비로 주는 등 신세를 갚았다.

 

여기서 짚어져야 할 점도 있다. 만일 명태균 씨가 합당한 돈을 받고 일을 처리했다면 지금과 같은 무차별적 폭로전에 나설 수 있는 꼬투리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사비 털고 주변부 돈을 끌어모아 수십회 여론조사를 진행했으니, 그에겐 자신이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생겼을 수 있다. 그런데도 토사구팽 당했다는 억울한 심정이 들자 무책임하게 처신하는 듯싶다.

 

이는 인간이 천부적으로 지닌 보상 심리를 외면한 결과다. 공을 세우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으면 벌을 주어야 하는 신상필벌 원리는 비단 국가적 기강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간에도 유념할 수 있을 때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된다. 공을 세웠다면, 그에 상응하는 재물 또는 자리가 주어져야 공정한 이치이기도 하다. 물론 각인의 역량에 걸맞아야 하는 것임도 당연하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의 핵심 인사였던 모 국회의원은 "미래한국연구소라는 단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나 관련 보고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국민의힘 선거대책 본부는 여의도연구원과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기관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맡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태균, 그리고 미래한국연구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현 국민의힘 상황을 빗대어 “박근혜가 그래서 간 것, 꼭 탄핵전야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며 “싫어도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게재했다. 홍 시장은 또한 "구속되기 싫어서 제멋대로 지껄이는 선거 브로커 하나가 나라를 휘젓고 있고, 여당은 내부 권력투쟁에만 골몰한다"고 적기도 했다.

 

언뜻 보기엔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으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난 일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을 그와 등치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불순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윤 대통령을 향해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어쩌면 그의 얍삽한 간교가 깃든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윤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여론을 교묘하게 조장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며칠 전에도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특별감찰관' 추천을 주장한 한동훈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오기 싸움이 탄핵을 야기했다"는 식으로 말한 바 있다. 걸핏하면 탄핵을 입에 올리며 대중에게 이를 하나의 현상으로 여길 수 있도록 세뇌하는 듯싶다. 심지어 의전서열 7위인 집권당 대표를 향해 '설레발' 운운하는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 의전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2위 국회의장, 3위 대법원장, 4위 헌법재판소장, 5위 국무총리, 6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7위 여당 대표, 8위 야당 대표, 9위 국회부의장, 10위 감사원장 순이다. 여기서 의전서열을 강조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홍 시장의 경거망동과 또 다른 자중지란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홍 시장의 자중자애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도 성 희(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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