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한국 제조업과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 통한 제조업 역량 강화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국가적 명운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 기업들의 기술적 우위가 약화되면, 한국은 자칫 중국에 예속될 위험성이 높다. 때문에 과학기술의 최첨단화와 초고도화는 우리의 미래와 생존이 걸린 문제일 수밖에 없다. 기술 유출 방지에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엄격한 법적용 또한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귀뚜라미 및 (주)귀뚜라미홀딩스가 자사 하도급업체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다른 곳으로 빼돌린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됐다. 보일러 핵심 부품인 '센서' 기술자료 32건을 중국 업체로 넘겼는가 하면, '전동기' 기술자료 2건도 다른 업체로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보일러 센서는 난방수·배기가스의 온도, 연소 불꽃의 파장, 난방수 수위 등을 감지하는 부품으로, 이의 품질이 낮으면 보일러 구동에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전동기는 냉방기 실외기의 열교환을 돕기 위해 팬을 회전시키는 부품이다.
귀뚜라미가 유용한 자료에는 제품의 구조, 특성, 사양, 제품 도면, 세부 부품의 종류 등이 포함됐다. 이를 넘겨받은 중국 업체는 센서 개발에 성공했고, 귀뚜라미에 납품하기도 했다. 전동기 기술자료를 받은 업체 또한 전동기 개발에 성공했다.
더욱이 귀뚜라미가 관련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그에 관한 목적,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 법으로 정한 내용을 협의하지도 않았다. 또한 해당 내용이 기재된 서면 발급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그에따라 ㈜귀뚜라미 및 ㈜귀뚜라미홀딩스에 대해 기술유용행위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로 시정명령(향후 재발방지명령)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주)귀뚜라미에 대해선 과징금 9억 5,400원도 잠정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유사한 법 위반행위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하도급업체의 시장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기술유용 행위를 집중 감시하는 한편, 법 위반행위 예방 활동도 지속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귀뚜라미 보일러는 1962년 창립 이후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국내 보일러 시장점유율 상위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하도급업체가 축적한 보일러 핵심 부품 기술자료를 중국으로 유출하는 등 망국적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아울러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저열한 갑질 횡포도 일삼았다.
중국에 의한 기술 탈취 문제는 비단 이번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 산업 분야 모든 영역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포털사이트 등 SNS에서는 귀뚜라미 보일러에 대한 비난 여론과 함께 불매 선언이 봇물 터지듯 잇따른다.
기술 유출 문제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생존이 걸린 일만은 아니다. 국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우리 노동자들 생계와도 직결된다. 중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우리 기업과 노동자들 밥그릇을 차버리는 망국적 처사다.
검찰은 재발방지 차원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보다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산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림은 물론이고, 이와 유사한 부도덕한 기업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도 그렇거니와 국회 또한 시급히 대책 강구에 나서야 한다. 제아무리 막대한 비용을 들여 힘들게 개발한 기술이라 할지라도 한순간에 다른 나라로 넘어가게 되면 그간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다. 정치권이 방지책 마련에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댈 수 있기를 촉구한다.
도 성 희(大記者) <저작권자 ⓒ 동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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