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일보

[대기자칼럼] 홍준표 대구시장의 한동훈 때리기는 자기부정(自己否定)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도성희 대기자 | 기사입력 2024/04/19 [15:42]

[대기자칼럼] 홍준표 대구시장의 한동훈 때리기는 자기부정(自己否定)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도성희 대기자 | 입력 : 2024/04/19 [15:42]

▲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연일 포문을 열고 있다. 총선이 끝난 이틀 후인 4월 12일부터 현재까지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홍 시장은 12일 “깜도 안되는 황교안이 들어와 대표놀이 하다가 말아 먹었고 더 깜도 안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놀이 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말아 먹었다”고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15일에는 “전략도 없고 메세지도 없고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홀로 대권놀이나 한 겁니다. 총 한 번 쏴 본일 없는 병사를 전쟁터에 사령관으로 임명한 겁니다.”라며 날을 세웠다. 대통령과 만찬이 있었다고 알려진 16일 이후 작성된 18일 게시물에는 “한동훈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황태자 행세로 윤대통령 극렬 지지세력 중 일부가 지지한 윤대통령의 그림자였지 독립 변수가 아니었습니다. 황태자가 그것도 모르고 자기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되었을 뿐이고 당내외 독자 세력은 전혀 없습니다.”라며 “집권당 총선을 사상 유례없이 말아 먹은 그를 당이 다시 받아 들일 공간이 있을까요?”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홍 시장의 이러한 비판들은 일견 수긍이 가는 말들도 있다. 제22대 총선에서 패한 여당과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많은 목소리들을 경청하고 쇄신에 나서야 다음 기회에 도전할 수 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여기에 부관참시(剖棺斬屍) 하듯 총선의 모든 책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은 홍 시장이 몸담은 국민의힘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어찌 됐든 한 전 위원장은 총선 내내 쉬지않고 전국 팔도를 누비며 홍 시장이 말한 ‘셀카놀이’를 했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선거기간 한동훈 전 위원장보다 인파가 몰리고 인기몰이를 한 지역은 꼽을래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인 활동을 전개한 것은 사실이다. 패장은 말이 없다고 했지만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들을 폄훼한 것은 홍준표 시장의 경솔한 언행이라고 할 수 있다.

 

홍 시장이 가진 보수의 위치와 무게에 비해서도 맞지 않았다. ‘폐세자’, ‘나홀로 대권놀이’, ‘셀카’라는 말로 조롱 섞인 언어들을 쏟아냈는데 ‘철부지 정치 초년생’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보수진영의 대권후보와 다선의 국회의원, 지방자치장까지 두루 거친 홍준표 시장이 까마득한 검사 후배이자, 정치 후배에 애정 어린 충고라고 하기에는 시기와 내용이 적절치 않았다. 오히려 한 전 비대위원장 공격을 통해 본인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자기정치’를 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12일과 15일 페이스북 발언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을 가지며 김한길 국무총리, 장제원 비서실장을 각각 추천했다는 후문은 이를 뒷받침 한다.

 

이 밖에 대표적 내부총질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를 두둔하다 못해 최고로 치켜세우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적으로 깎아내린 부분도 지적받을 부분이다. 좋든 싫든 얼마 전까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국민의힘의 총선을 견인하던 수장이다.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청년의꿈’이라는 소통채널에서 “홍준표 시장님 탄핵 이후 그나마 당을 잘 끌고 간 당대표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이준석 대표, 당에 새바람을 가져왔고 대선, 지선 모두 승리”라고 답했다. 또 12일 페이스북에 “우리가 야심차기 키운 이준석이도 성상납이란 어처구니없는 누명을 씌워 쫓아내고 용산만 목매어 바라보는 해바라기 정당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간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있었고 한 때 홍 시장도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비판에 가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현재 개혁신당의 당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당이 싫어 박차고 나간 인사에 대한 최고 평가는 당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한 다른 당대표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표현한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표현하겠지만 이미 그는 개인의 의견을 넘어서 국민의힘의 입장을 대변하는 ‘빅마우스’임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연이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비판 발언은 당과 국민을 위한 충정에서 발로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총선 후 집중포화는 적과의 싸움에서 지고 돌아온 패장을 인민재판에 세우는 것과 진배없다. 잠재적 대권후보로도 거론되는 잠룡(潛龍) 홍준표 대구시장의 한동훈 때리기는 앞으로 전열을 정비해 나가야 하는 국민의힘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집안싸움으로 비쳐 국민으로도 지지를 얻기 힘들다.

 

지금까지도 모진 풍파를 견뎌내며 보수의 큰 어른으로 자리매김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에 걸맞는 품격있는 언어와 행동으로 포용력 있는 정치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도성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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