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 됐다. 1석이라도 얻기 위한 여야의 치열한 전투 뒤에는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경쟁도 과정이 공정해야 서로 결과에 수긍할 수 있다. 국가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선거의 경우 그 무게감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 사전투표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빙의 접전지에서 본투표의 표 차이와는 크게 차이 나는 사전투표의 결과로 당선자가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공교롭게도 본투표에서 박빙을 이루다가 사전투표에서 몰표를 받은 후보자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송파구을 지역구의 경우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송기호 후보를 2만 표가량 여유 있게 따돌리며 승리를 거뒀지만 관외사전투표에서는 총16,077표 중 7,658표에 그치며 8,419표를 얻은 송 후보에 700표 이상 뒤 쳐져 강남4구로 꼽히는 송파구의 민심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박빙의 승부라면 충분히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민주당 세가 강한 40-50대의 결집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표심과는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동작구을 선거구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선자는 63,372표를 얻어 56,498표를 얻은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를 6,874표 차이로 승리했다. 사실 본투표에서는 몇 표 차이 나지 않거나 노량진제1동과 상도제2동 등은 장 후보가 오히려 김 후보를 이기기도 했다. 결국 관내 사전투표에서 각 동마다 500표 이상 김병기 후보가 앞서며 총 투표수 16,997표 중 9,980표로 6,061표를 얻은 장진영 후보를 3,920표 앞서며 박빙의 승부를 마무리 했다. 결국 사전투표가 승부를 가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단 이러한 사례들 말고도 전국의 대다수의 관내사전투표의 결과는 이와 다르지 않다. 본투표에서 이기고도 사전투표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승리를 눈 앞에서 놓쳐버린 후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제21대 총선 때부터 부정선거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왔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관리관 도장 직접 찍지 않고 인쇄 날인으로 갈음 △사전투표지에 있어야 할 바코드 밑의 일련번호 누락 △선거인명부보다 많은 개표결과 등을 부정투표 증거라고 지적했다.
모 지역구 개표에서는 투표함마다 투표지총수가 달라야 함에도 5개의 투표함에서 2497, 2499, 2469, 2497, 2499 등 거의 대동소이 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와 비슷한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나타난 비정상적인 부분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설 선거관리기관을 우리나라가 유지하는 이유는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기대하는 것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사전투표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중앙선관위는 뾰족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을 받는 비정상적인 통계라면 당연히 철저한 조사를 통해 알려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존재의 이유’ 일 것이다.
현재 사전투표제도는 투표관리자의 직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투표자의 손에서 투표함으로 들어가다라도 분류를 위해서 누군가의 손을 거쳐야 하고 이동 과정이 투명하게 모니터링 되지 않는 등 신뢰성을 담보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있다. 개표시스템도 해킹의 위험이나 오류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부정선거의 폐해를 막기 위해 우편투표와 수개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감사원은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 수사요청 발표에서 특혜채용 등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인사·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되어 있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작은 3.19 부정선거 이후 공정한 선거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3,000명 정도의 매머드급 조직이기도 하다. 다른 국가에 없는 조직이니만큼 선거만큼은 잡음이 나와서는 안된다. 가족, 지인 등을 조직에 넣기 위해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고 자기 할 일을 못하는 조직이라면 비상설로 선거철에만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알리는 권리행사인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오염된 작은 의혹이라도 있다면 하나의 오점도 남겨서는 안될 것이다.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모럴해저드에 빠져 할 일을 못한다면, 그래서 당선자가 뒤바뀐다면 민주주의의 훼손을 넘어 공산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도 성 희(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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