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칼럼] 홍준표 대구시장, 경북과 통합 주장... 소재 바닥난 퇴물 입증?도성희 대기자(본지회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신 소속 정당과 특정인을 지칭해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수준의 막말 대잔치를 무차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시와 경상북도를 통합하겠다며 뜬금없는 주장을 내뱉고 나섰다. 전형적인 행정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힐난이 따른다.
이를테면 대구·경북을 하나로 묶어, 서울에 이은 인구 500만을 지닌 한반도 제2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선 생뚱맞게 들린다. 어쩌면 가당치 않은 대권욕에 사로잡힌 홍 시장의 분별없는 조급증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식이면 부산·울산·경남 통합, 대전·세종·충남 통합, 광주·전남 또한 통합에 나서야 할까? 그러다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지역 등으로 더 크게 통합해야 하나? 수도권도 서울·인천·경기를 한데 묶어 통합해야 할까? 이후엔 옛 백제권과 신라권으로 통합에 나서게 될까?
오죽했으면 일각에서는 그러한 홍 시장의 충동적 언사에 대해 하찮은 해프닝을 일삼는 사람 쯤으로 여기기도 한다. 또는 자신의 헛된 욕구 충족을 위해 평정심과 수오지심이 사라진 정치 낭인으로 전락돼 있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심지어 망언으로 규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는 통합의 필요성이 불가피한 측면도 일정 부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들끼리의 통합은 그와는 또 다른 문제다. 역사적 맥락, 대표성, 지역간의 경쟁력에 따른 책임 소재 등이 적절한 형태의 경계를 이룬 채 평가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더 큰 발전의 동력을 얻게 되는 까닭이다.
조만간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회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구·경북 양측이 각각의 계획과 구상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 그에 따른 구체적 로드맵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경북 두 광역자치단체간의 통합 논의는 지난 2019년부터 추진되다가 2021년 중단된 상태였다. 애초 홍 시장도 22년 당선 이후 통합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입장을 바꿔 온동네 소란을 떨고 있다.
과거에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3단계 유지여서 반대했으나, 이번에는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로 연결되는 기존 체계를 2단계로 간소화해 행정안전부 통제를 받지 않고 곧장 총리실 지휘만 받기 때문이라는 옹색한 이유를 댄다.
지극히 피상적 관점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근거에 대한 설명이 매우 빈약하다. 이슈몰이 중심에 서보겠다는 소영웅심 발로 쯤으로 이해될 따름이다. 어떤 배경에서 비롯된 일인지 괴이한 의구심마저 든다. 혹여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한 승강기가 되어 주리라는 기대 때문일까?
그러면서 2026 지방선거에서 단독 대구시장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은 주민투표와 의회 의결 등을 거쳐야 되지만 광역자치단체간 통합은 이를 규정한 법률이 없어 주민투표를 치를 필요가 없다는 독단적 주장마저 펼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중앙정부의 모든 권한을 이양토록 하고 이민, 비자, 환경, 산림, 저출생 정책 등을 비롯해 교육, 경찰, 행정, 자치, 통합 등을 통해 미국의 주 정부처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미국 주 정부 면적은 한국 전체와 엇비슷하다. 우리와 단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태만한 발상이다. 물론 자치단체들의 지역발전 방안, 효율적 예산 사용, 투자유치 등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민, 비자, 저출생 정책 등이 지역간에 서로 엇박자일 경우 마주치게 될 후폭풍이다.
이 지사는 이어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성공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고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만드는 시금석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기존 대구를 중심으로 발전이 집중될 수는 있겠으나, 경북 다른 지역은 오히려 낙후될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소동이 발화된 시점은 지난 5월 13일 행정안전부가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아울러 공론의 장으로 폭넓게 나와야 할 문제가 분명하다. 그것을 통한 지혜가 모아져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럴진대 국민적 숙의도 없이 일부 광역단체장 독단에 의해 밀어부치려 하는 전근대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은 필경 걷잡기 어려운 사회적 혼란을 비롯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권위주의적 망령에 찌든 대단히 폭력적인 행태임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도 성 희(大記者) <저작권자 ⓒ 동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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