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칼럼] 광복절 기미가요와 야스쿠니 A급 전범 추도식 사이에서도 성 희 (大記者, 本紙會長)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우리 나라가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국권이 회복된 날을 기념하는 중요한 국경일이다. 일본의 수탈과 억압, 그로 인한 고통과 치욕의 시공간을 벗고 자유를 되찾았음을 의미한다. 이를 되새기는 민족사적 기념일이다.
그런데 광복절 여명이 동트던 시각, 사실상 국영방송에 다름 아닌 KBS가 경악할 사태를 야기했다. 유독 광복절 새벽을 틈타 일본의 옛 의상인 기모노 복장의 여인과, 일본 애국가에 해당되는 기미가요를 송출한 것이다. 묵과할 수 없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셈이다.
기미가요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들이 하루에 1번 이상 듣거나 부르도록 강요당했다. 이는 조선 총독부에서 관장한 황민화정책의 하나로 조선인을 황국신민화하기 위한 세뇌작업 일환이다. 각종 집회, 음악회, 학교 조회시간 등에 일장기를 향해 경례한 후 필히 부르도록 종용됐다.
왜색 일색인 영상, 그마저 굳이 광복절 새벽에 맞춰 그랬다는 점에서 내내 매국의 미심쩍은 의구심을 숨길 수 없게 된다. 우리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반역의 사악한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단순한 시의성에 관한 실수가 아니라, 근본을 의심케 하는 지점이다.
KBS는 같은날 다른 프로그램에서 '태극기 건곤감리'가 좌우로 뒤바뀐 채 방송되기도 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매사 완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특별히 ‘광복절’ 79주년을 경축하는 뜻깊은 날, 왜 이런 믿기지 않는 일이 연거푸 발생한 것일까? 의도된 실수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KBS는 2020년에도 일본해 표기 지도를 사용해 국민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올 1월에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EEZ 경계라고 강변하는 일본 입장의 지도를 사용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그런 KBS를 일컬어 ‘NHK 서울지국’ 운운하며 비아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8월 15일은 일본이 패전한 날이기도 하다. 일본 정치권은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현직 각료와 의원들이 대거 직접 참배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도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 신지로 전 환경상도 직접 야스쿠니를 찾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직접 참배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그가 추도식을 통해 "전쟁의 참화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추도식에서 한국인이 당했던 상처와 고통, 피해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지난 3년 연속 아예 없었다. 이것이 우리와 그들에게 놓인 차이다.
지금 우리는 광복을 경축하는 반면, 그들은 전범의 주역들을 추도한다. 특히 우리 국방부장관에 해당하는 방위상까지 직접 참배에 나선 점은 결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그들 스스로 전쟁 범죄를 미화하고 있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각별히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도 성 희(大記者) <저작권자 ⓒ 동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