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일보

한국, 일본 앞섰으나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

도성희 (본지회장, 대기자)

도성희 대기자 | 기사입력 2024/10/06 [13:30]

한국, 일본 앞섰으나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

도성희 (본지회장, 대기자)
도성희 대기자 | 입력 : 2024/10/06 [13:30]

▲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

필자가 경북 청도초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이다. 당시 김수환 담임 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미국은 4명에 자동차 1대 꼴, 일본은 4명에 자전거 1대 꼴, 우리나라는 4명에 똥지게 1대 꼴”이라며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70여년 가까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 조망하는 한국과 일본은 많은 점에서 달라져 있다. 한국이 반도체, 전자, 조선, 2차전지, 방산 등에서 일본을 앞선다.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문화예술 영역 또한 세계를 선도한다. 자동차 기술력에 있어서도 일본에 뒤지지 않은 채 자웅을 겨룬다. 디지털과 정보통신 영역은 한국이 일본을 압도한다. 이제 1인당 GDP에서도 일본을 추월했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을까? 일본 도카이(東海)대학 사세휘(謝世輝) 박사가 저술한 [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지게 되는 이유]가 국내 언론에 연재되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1986년 책으로 출간되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 미국, 일본의 경제력 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정치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미래를 전망하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1985년 한국은 일본의 경제력에 비해 초라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에 최소 20년은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한국이 어떻게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단 말인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전망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을 추월할 수도 있겠다는 전망은 가능하기도 했다. 당시 전자,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의 제조업 기술력과 성장세는 무서운 기세였다.

 

사세휘 박사의 저술이 국내에 소개된 이후, 그의 예견이 적잖이 일치했다. 1987년 1인당 GDP에서 일본이 1만 9,959달러로 미국의 1만 8,714달러를 앞질렀다. 1990년에는 일본이 2만 3,965달러, 미국은 2만 2,105달러였다. 실제로 일본이 미국을 따돌렸던 시기가 있었다. 책이 출간된지 40년 가량이 지난 지금, 일본이 한국에게 추월될 것이란 전망도 상당한 점에서 적중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에너지와 독창성에서 한국의 잠재 역량이 일본을 앞선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겠으나, 일본의 수직문화에 따른 창발성 결여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된다. 동기부여 대신 짜여진 틀속에 안주하게 함으로써 조직혁신을 저해하고 에너지 상승을 가로막는 병폐로 작동된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과거의 영화에 매몰된 채 변화에 인색하다. 그러다보니 낡은 산업구조와 함께 사회적 기풍도 안이하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국가적 활력도 크게 감소됐다. 

 

일본 재무성 근무를 거쳐 도쿄대 교수와 스탠포드대 객원교수를 지낸 일본경제 및 금융이론 분야 석학인 히토츠바시대학(一橋大學) 노구치 유키오 명예교수의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이 2022년 국내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왜 일본의 경제성장이 멈추고, 가난한 나라가 돼버렸는지, 그에 대해 경제전문가 시선에서 냉철하게 분석했다.

 

저자는 “일본이 쇠락해진 것은 아베노믹스 기간”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대한 설명으로 “아베노믹스 엔저 정책이 노동자와 일본을 급속히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실질임금은 수년 전에 일본보다 높아졌고, 국가경쟁력 순위도 일본을 앞섰다”며 “디지털화는 말할 것도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일본의 산업구조는 과거에 비해 별로 바뀐 게 없다”며 “그런 속에서 중국의 공업화에 맞서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것이 일본의 기술혁신을 가로막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면서 지금 같은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며 탄식한다.

 

그는 또 “이대로만 하다 보면 일본의 국력은 점점 하락하고 개인의 삶도 힘겨워질 것이 분명하다”며 “일본이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뒷받침되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에게 위기의식을 갖고, 눈을 뜨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는다.

 

그에 따른 위기의식을 공유한 일본 기업들이 경영혁신에 나섰고, 일본 정부도 행정개혁을 내세웠지만 국제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제일주의’로 불리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시대는 이미 먼 과거가 됐다. 일본의 평균임금은 OECD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1인당 GDP도 지속해 낮아지고 있다. 구매력 또한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을 추월한 간격 이상으로 중국의 기술력 및 성장추세가 매섭다. 한국, 서방, 러시아 기술을 베끼던 수준에서 거의 탈피했다. 도리어 전자, 2차전지, 자동차, 디스플레이, 조선산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이 날로 영향력을 확대되고 있다. 세계 1등 제품 생산과 특허도 가장 많다. 그에 기반한 군사력도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체를 불안으로 몰아넣는다. 

 

반면 우리는 일본이 겪었던 쇠락의 길을 답습하고 있는 듯싶어 우울하다. 첨단산업 과학기술자들은 개인적 치부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중국에 기술을 팔아 넘기는 상황이다. 이를 처벌할 법망도 미흡하고 법원 판결도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 우물쭈물하게 되면 우리 또한 일본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 더욱이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현상도 뚜렷하다.

 

이렇듯 국가적 과제가 급박한 가운데 놓여 있는데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사활을 건다. 윤석열 정부도 잡다한 리스크를 양산하며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 심지어 일제강점기 식민사관을 옹호하는 듯한 인사를 버젓이 국책기관장에 임명함으로써 국민적 비난을 자초한다. 국가 구성원 모두 각별한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하류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임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도 성 희(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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