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소멸을 향하고 있다.
전쟁, 천재 지변, 전염병, 기근 등이 원인이 아니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2 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다.
오늘날 한국의 위상은 지난 식민지 강탈과 동족상잔의 폐허와 상흔을 딛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심각한 모순도 내재돼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승자독식 구조와 심화되어 있는 격차사회는 급기야 국가 공동체를 역습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에 따른 첨예한 갈등구조는 임계점에 다다른지 오래다. 그것이 결혼 포기와 저출산 형태로 저항되고 있을 뿐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 5년,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부동산값 폭등은 가히 하늘에 맞닿을 기세였다. 그로 인한 자산격차 또한 더욱 악화 됐다. 서민과 개혁을 참칭하며 대국민 선동에는 능했으나, 드러난 실상은 서민 압살과 퇴행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억지와 궤변 뿐이다.
그간 움켜쥔 자신들의 철밥통 기득권 또한 내려놓을 조짐이 전혀 없다. 치솟은 주택문제는 젊은 세대의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차적인 장벽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은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강북권에 있는 소규모 평수의 아파트 전셋값도 수억원에 이른다.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신혼집조차 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결혼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암울한 국가적 미래를 예고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경험 부족한 젊은층을 노린 전세 사기까지 극성을 부린다. 설혹 결혼을 한 경우에도 주거, 임신, 출산, 양육과 보육, 교육비 등의 부담과 휴직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출산을 기피하거나 또는 1자녀에 그치는 경향이 뚜렷하다.
출산율 저하는 결국 국방을 담당해야 할 군인 및 산업현장의 생산연령인구를 비롯해 국가 제 반 영역을 담당해야 할 인력부족 사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대 정부 15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였다. 그런데도 출산율 하락과 혼인 건수 감소를 막지 못한 채 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땜질 처방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인식의 전환과 그에 바탕한 획기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절박한 문제이기에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아이를 낳 고 키우는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될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히 책임 지고 보장한다는 목표 하에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출산, 육아를 하기 에 좋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 떤 정책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여건 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혼하는 부부의 주거문제 근심을 덜어줘야 한다. 신혼부부에게 최대 3억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일이다. 아울러 1자녀를 갖게 되면 최대 4억 원, 2자녀의 경우에는 최대 5억 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증액할 필요도 있 다. 이때 대출원금 전액에 대해서는 국가가 대출 단계에서 채권으로 확보해 도덕적 해이를 원천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임신ㆍ출산과 관련해서는 정기검진 등을 비롯한 의료비 전반에 대한 국가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난임부부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아울러 영유아 시기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긴요하다.
한편 공교육 강화를 통해 굳이 학원을 찾지 않아도 되는 교육개혁도 절실하다.
또한 대학 학비 부담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부모의 고립 육아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육시설 확대 통해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국가의 책임 돌봄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부모의 출퇴근 때 아이를 맡기거나 또는 데리러 가는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돌 봄시설 확충과 시간의 연장도 요구된다.
특히 부모가 보살피는 것과 다름없는 최고의 돌봄과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 부모가 안심 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일 가정 돌봄을 원할 경우에는 1자녀당 매월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측면도 고려될 수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육아기 재택근무 법적 근거 마련 등이다. 다만 육아휴직은 원하는 경우에는 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급여의 100%가 지급되어야 한다. 아울러 그에 따른 불이익 도 없어야 한다. 또한 실효성을 얻으려면 강제적 요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육아휴직 자체가 강제사항이 되어선 오히려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그로인해 출산을 기피할 개연성도 다분히 예견되기에 그렇다. 왜냐하면, 휴직기간 동안 업무공백에 따른 역량 하락 등의 불안감을 갖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강제하게 되면, 본래의 선한 취지에도 불 구하고 오히려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그런 한편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 이의 지나친 임금편차도 시정될 수 있어야 한다. 법은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 장시간 노동문제도 남녀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결혼을 저해하는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강제성을 띠는 지나친 회식문화 또한 근절돼야 할 문제다.
2차, 3차로 이어지며, 새벽녘 까지 계속되는 음주는 건강을 해치기도 하거니와 가족의 불화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제 국가가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고임 금자가 아니더라도 결혼과 출산에 따른 불충분한 요인이 발생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획기적인 시스템 보강을 통해 본질적인 문제를 손질하지 않고서 는 악순환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국가의 소멸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재앙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결혼, 출 산, 보육, 교육에 따른 장애 요인과 두려움을 제거해주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기본 책무가 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성희 대기자 <저작권자 ⓒ 동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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