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칼럼] 정치는 대중 심리 움직이는 종합 예술…국민의힘 자각할 수 있어야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한국은 주방에서 쌀이나 각종 음식 재료를 씻을 때 대부분 수돗물을 사용한다. 세탁도 그렇거니와, 샤워를 할 때도 그렇다. 수도 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오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예외없이 수돗물을 사용한다. 철저한 정수과정을 거쳐 공급되는 우리나라 수돗물은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와 함께 화장실 변기에 사용되는 물도 수돗물이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물과 동일한 수돗물이다. 그러나 그 물로 식재료를 씻거나 샤워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학적으로 볼 때는 똑같은 배관을 통해 유입된 수돗물인데도, 주방으로 향하는 물과 변기로 향하는 물에 대한 사람들 심리적 인식은 이처럼 다르게 반응된다. 넓은 욕조에 잉크 한 방울만 떨어져도, 그 물에 몸 담그고 싶지 않은 심리와도 맞닿아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방류가 목전에 놓여 있다. 그에 따른 우리 국민들 불안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진보-보수의 영역이 아닌, 본인을 비롯한 가족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인 듯싶다. 설혹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할지라도, 상당 기간 심리적 거부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변기로 향하는 수돗물을 식재료 세척에 사용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게 이해될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결정할 경우 64.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26.2%는 '큰 변화 없다'고 했으며, '수산물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고작 4.8%에 불과했다.
여권 지지 비율이 높은 60대마저, 56.5%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경북조차 63.1%가 '줄이겠다'는 반응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서는 더욱 부정적이다. 우리 국민 83.8%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찬성은 고작 11.9%에 불과했다. 이념, 지역, 연령에 관계없이 반대 입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윤석열 대통령 핵심 지지기반인 보수에서조차 66.0%가 반대 의견을 밝혔으며,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무려 73.3%가 반대했다. 여론조사 지표로 볼 때 국민적 불안 심리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음이 잘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여론 향배는 야당의 괴담 유포가 크게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 한편 과학적으로 인체에 유해할 정도가 아닐지라도, 인류 초유의 문제 앞에서 막연한 불안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또한 국민이 심리적으로 아프다는 신호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러한 점을 우선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인식 하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에 따른 과학적 진실을 통해 국가가 국민 편에 있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를 지속해 여론 선동하며 공포심을 조장하리라 여긴다. 내년 총선용으로 악용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이 이를 철저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총선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작동될 소지가 높다.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가운데, 국제기구의 투명한 원칙에 따라 국민의 막연한 불안 심리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과학적 진실에 근거한 국가적 책무를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성희 대기자 <저작권자 ⓒ 동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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