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는 뱃속에서 음식물이 발효과정을 거치며 생기는 냄새가 항문을 통해 배출되는 것을 말한다. 심한 경우에는 함께 있는 사람들을 숨쉬기조차 어렵게 만든다.
그 역겹게 퍼지는 냄새가 지독할 정도다. 그런데 이를 아무렇지 않게 일삼는 경우도 있다. 민폐도 그런 민폐가 따로 없는 셈이다.
우리 속담에 "방귀 뀐 사람이 오히려 화낸다"는 말이 있다. 근래 홍준표 대구시장의 정치 행보와도 맞닿아 있는 듯싶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구시 발전과 시민들 편익에 힘을 쏟아야 할 입장에 있는 그가 걸핏하면 윤 정부와 소속 정당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서슴지 않고 지속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3일 대구경찰청이 대구시청 공보관실 산하 뉴미디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대구지역 어느 시민단체가 지난 2월 홍 시장과 유튜브 담당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서 홍 시장은 제외됐다.
홍 시장은 이를 두고, 지난 17일 발생한 대구퀴어문화축제의 도로점용 여부를 둘러싼 대구시와 경찰 간의 갈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보다 앞선 지난 9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16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홍 시장은 "경찰이 아니라 깡패" 운운하는 등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대구경찰청장의 엉터리 법 집행, 보복 수사 횡포는 참으로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이 또한 홍 시장 주장과는 배치된다. 지난 2월 고발된 사건이, 넉 달이 지나서야 강제수사가 이뤄진 정황에 비춰볼 때 홍 시장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
대구경찰청 직장협의회연합이 성명서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경찰의 정당한 절차에 의한 압수수색을 ‘보복수사’로 몰아간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홍 시장을 향해 "경찰행정에 군림하려는 시도에 이어 법원의 사법 활동마저 개입하려 하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적법·정당한 경찰의 퀴어축제 집회 관리를 두고 연일 궁색하고 독특한 법 해석으로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더니 자신이 고발된 사건에 대한 영장 집행을 두고 보복 수사라고 깎아내린다"고 성토했다.
이어 "법원이 그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한 것"인데 "법원의 사법 활동마저 개입하려 하느냐”고 맹공했다.
홍 시장 주장은 시간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 퀴어 축제 관련 시내버스 우회 요청에 대해 대구시가 거부한 것은 6월 12일이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은 그보다 3일 앞선 9일에 있었다.
또한 퀴어 축제가 열린 것은 6월 17일인데 반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시점은 퀴어 축제 전날인 16일이기 때문이다.
정치인 가운데 세간의 관심을 끌거나 분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SNS 등에 자극적인 글을 게시하거나 악의적 언행을 일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정치꾼의 전형으로 과격한 네티즌의 몰상식을 접하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게 읽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인은 말을 삼가하고 정제할 줄 안다. 반면 정치꾼은 강한 언사를 통한 선동에는 능한 면모를 보인다.
타인을 저주하거나 모욕하며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에는 주저함이 없다. 부단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마치 몸부림을 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5월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만났다. 왜 경사스러운 날을 택했을까? 더욱이 온갖 중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또 기소된 피의자 신분인 이재명 대표였다는 점에서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거기 윤 대통령에 대한 덕담은 전혀 없었다. 그저 홍 시장 자신의 꼬인 심술 부리기에 여념없는 듯 비쳐졌다.
또한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는 한껏 감싸면서 정작 자당 대표에 대해서는 전혀 예를 갖추지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이 합세해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구성원들을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것으로 여겨졌다.
급기야 무분별한 SNS 활동으로 인해 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주어진 본분을 망각한 채 자기 정치에 몰두해 있다는 여권 안팎의 비난이 거센 가운데서 터져나온 사건이다. 공동체 모두의 코를 찌르는 방귀 악취가 어디까지 번져 있는지 수사 결과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성희 대기자
<저작권자 ⓒ 동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