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춘추시대 노(魯)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유교(儒敎)의 실질적 창시자로 불린다. 지금의 법무부장관에 해당하는 대사구(大司寇)를 지내기도 했으나, 반대파에 밀려 실각했다.
이후 노나라를 떠나 제자들과 함께 세상을 떠돌았다. 말년에 고국인 노나라로 귀국해 교육에 힘쓰다 사망한다.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사상적 측면에서는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제시하고 있다. 인본주의적 휴머니즘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따른 처세의 기본 규칙이라 할 수 있다.
정치는 인(仁)을 갖추고 예(禮)에 밝은 군자(君子)가 주도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군자를 양성함에 있어, 신분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 교육을 베풀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그의 인(仁)의 지향점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당시 교육은 귀족들에게만 한정됐다. 지배계층이 필수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들을 폐쇄적으로 전수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교육을 일반에 전파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공자의 인(仁)에 대한 의식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공자는 배우려는 사람에게 당시 가장 격이 낮은 육포 한 다발을 예물로 받았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큰 부담없이 누구든지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이 귀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로 여겼던 까닭이다.
공자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에 청나라 옹정제(雍正帝)가 헌정한 생민미유(生民未有)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사람이 세상에 나온 이래로 공자만한 인물이 없다는 뜻으로 <맹자>의 말을 인용한 예찬이다.
그런 공자가 세계 많은 나라에서 배척되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국 당국에 의해 설립돼 운영되던 공자학원이 요주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첩보활동 근거지가 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공자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전파하겠다며 설립된 공자학원(孔子學院).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아, 한때 160여 개 나라 560여 곳에서 운영될 정도였다. 그러나 각국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제는 퇴출 대상이 되고 말았다.
문화혁명 때는 공자 묘가 파헤쳐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다 시진핑 집권 이후 공자 띄우기 열풍이 일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과 그에 기인한 전위대로서의 성격이 다분했다. 패권주의 강화를 위한 일종의 거점으로 삼았던 셈이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중국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자학원’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공자학원과 연계돼 있거나,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미국 대학에는 국방부의 연구비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대학 연구에 참여해 우회적으로 첨단 기술을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그런가하면 유럽에서 가장 먼저 공자학원을 허용했던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이미 2020년에 모두 폐쇄했다. 핀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등도 운영을 중단하거나 폐쇄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설립돼 운영 중인 공자학원이 모두 20곳이 넘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곳이 공자의 가르침과는 무관하게 중국의 첩보활동에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중국에 의한 우리 첨단기술 탈취가 빈번한 상황에서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다. 너무 가깝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멀리할 필요도 없다. 저들은 잘해주면 업신여기려 들고, 냉대하면 원망하거나 협박하기 일쑤다. 유사 이래 그래왔다. 우리 정보당국의 면밀한 관찰이 요구되고 있다.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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