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일보

[대기자칼럼] 과하지욕(跨下之辱)? 제정신 못차린 홍준표 시장... 제명될까?

도 성 희(本紙會長·大記者)

도성희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7/24 [12:17]

[대기자칼럼] 과하지욕(跨下之辱)? 제정신 못차린 홍준표 시장... 제명될까?

도 성 희(本紙會長·大記者)
도성희 대기자 | 입력 : 2023/07/24 [12:17]

▲ 도 성 희 (本紙會長·大記者)     ©

홍준표 대구시장이 ‘과하지욕’(跨下之辱)을 언급했다. 중국 한나라 명장이었던 한신(韓信)의 전기에서 유래하는 고사성어로,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견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한 데 따른 심경의 일단인 것으로 추측된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빗속 골프를 즐기고 또 국민적 반감을 불러온 괴이한 변명이 징계로 이어질 것 같자, 이를 한신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홍 시장의 전제된 비유가 과연 적절하거나 또는 타당한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그릇된 언행에 대한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듯싶다. 한때 대통령 후보였으며, 당대표까지 지냈던 그 모든 정치적 유산마저 스스로 짓밟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선 한신과 홍 시장의 경우, 그 원인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신은 자신에게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훗날 오점이 되지 않기 위해 굴욕을 견디어 낸 경우다. 반면 홍 시장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가 있었으며, 이후 변명은 오히려 국민적 공분을 증폭시켰다.

 

한신이 고향 땅에서 비록 문전걸식을 하였으나, 그는 큰 뜻을 품고 있었으며 늘 칼을 차고 다녔다. 그런 그에게 어느 청년이 "성인 남자가 칼 차고 다니기 좋아하면서 겁만 많다"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그 검으로 나를 찌르고, 죽음이 두렵다면 내 다리 밑으로 지나가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한신은 자신에게 몹쓸 시비를 거는 청년을 죽이는 대신, 그 청년 바지 가랑이 밑으로 기어갔다. 훗날 이루려는 큰 뜻이 있었기에 당장 눈앞의 창피함을 기꺼이 감내했던 것이다. 잠시의 치욕이나 고생을 감내할 줄 아는 담대한 성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반면 홍 시장은 온 나라가 물난리를 겪는 와중에도 골프를 즐겼다. 광역단체장 신분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태였다. 그게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주말에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는 망발을 쏟아내기도 했다.

 

우선 변명 자체가 비루할 뿐만 아니라 남자답지도 못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를 예의주지하던 국민적 여론도 매우 싸늘하게 전개됐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 윤리위 징계 관련 소식이 나오자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이후 SNS에 남긴 글이 과하지욕(跨下之辱)이다. 그런데 자신이 자초한 위기인데도, 이를 치욕으로 여기고 견디겠다니 민망할 따름이다. 그의 부적절한 행동과 망발을 한신에 비유하며 정당화하려는 것에 다름 아닌 셈이다. 이를 어찌 사과라고 여길 수 있을지, 참으로 씁쓸할 따름이다.

 

한나라 유방을 도와 초나라 항우를 자결케하고 천하통일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한신. 그 공으로 7명의 이성왕(異姓王) 가운데 한 명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본인의 처세 문제 등으로 인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만다. 홍 시장이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도 성 희(本紙會長·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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