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칼럼] 의혹투성이 22대 총선 만든 선관위, 여당도 자유롭지 못하다도성희 (대기자, 본지회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 투표율 67.0%의 절반 가량에 육박하는 31.3%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역대 국회의원선거 최대 투표율을 기록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161석과 90석을 얻으며 큰 점수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원인으로 사전투표제도가 지목되고 있다. 본투표에서 분명 앞서간 후보들이 사전 투표함이 개봉되는 순간 줄줄이 낙마한 곳이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사전투표에서의 몰표가 당락을 좌우했다고 할 수 있다.
사전투표와 사이버시스템에 대한 부분은 이미 지난해 2023년 10월 국가정보원이 지적했다. 선관위의 사이버 보안관리가 부실하다며 ‘투ㆍ개표 시스템 해킹 취약점 등 선관위 사이버 보안관리 부실 확인’를 내놓았다. 대한민국의 투·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이미 선거 전 경고를 한 것이다. 특히 사전투표와 개표시스템에 문제 있다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국정원은 이 보고서에서 ▲선관위가 최근 2년간 국정원에서 통보한 북한발 해킹사고에 대해 사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적절한 대응조치도 하지 않았음을 확인 ▲이메일 해킹사고의 피해자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아 동일 직원 대상으로 사고가 연속으로 발생 ▲2021.4월경 선관위 인터넷PC가 북한 ‘킴수키(Kimsuky)’ 조직의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상용 메일함에 저장된 대외비 문건 등 업무자료와 인터넷PC의 저장자료가 유출된 사실도 확인 등 이미 발생한 ‘해킹사고 대응’ 부분에서도 후속 차단·보안 강화에 사실상 선관위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또 선관위의 내부시스템에 침투하여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廳印(선관위)ㆍ私印(투표소) 파일을 절취할 수 있었으며, 테스트용 사전투표용지 출력 프로그램도 엄격하게 사용 통제되지 않아 실제 사전투표용지와 QR코드가 동일한 투표지를 무단으로 인쇄 가능함을 확인하였다고 밝혔으며,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통신장비에 사전 인가된 장비가 아닌 외부 非인가 PC도 연결할 수 있어 내부 선거망으로 침투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또 與野 정당 등 일부 위탁선거에 활용되는 ‘온라인투표시스템’에서는 정당한 투표권자가 맞는지를 인증하기 위한 절차가 미흡하여 해커가 대리 투표하더라도 확인이 되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했다고도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시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해커에게 제공하는 등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또 22대 총선 전까지 선거시스템 및 정보통신기반시설 주요 취약점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후 ▲개표절차에 수검표 절차 추가 ▲1차원바코드 인쇄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상시 공개 ▲사전투표선거인 신분증 이미지 보관기간 연장 ▲투표지분류기 보안 강화 등 자구책을 내놓으며 관리절차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가뜩이나 사실상 치외법권(治外法權)에 있으면서 선거관리를 빌미로 특혜 해외파견, 아들·딸·사위를 포함한 각종 취업 비리 등으로 눈총을 받아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개선방안은 감사도 받지 않고 확인할 길이 없어 공염불(空念佛)에 그치지 않겠느냐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실제로 총선 전 국내 선거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이루어졌다는 보고서는 어디에도 없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 전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선행되어야 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특히 선거의 선봉에 서서 지휘봉을 쥐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를 앞둔 4일 “이번 선거부터 저희가 강력히 추진해서 사전투표를 포함한 모든 투표에 하나하나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개표가 실시된다”라며 “걱정 안 하시게 끝까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니 내일부터 사전투표장으로 나와 주시라”라고 독려한 바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사전투표에 거부감이 있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장려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이에 앞서 투표시스템 전반에 대한 특위 구성 등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들도 병행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더구나 지난번 선거에서도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일갈’로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일각의 주장대로 부정선거가 없다하더라도 향후 치러질 선거의 투명성을 위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공정한 대한민국을 담보할 수 있다.
도 성 희(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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